출판사 서평

 

석불과 마애불의 문화사적 의의
흙이나 금속, 목재가 아닌 돌을 이용해 불상을 만드는 일은 1세기 경 인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석굴을 파 예배를 드리고, 그 안에 승려들의 주거공간을 마련하곤 했던 인도에서 석불이 시작된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후 돌의 종류가 다양한 중국으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석불과 마애불은 더욱 활발히 제작되었다. 그러나 인도나 중국에 비해 기후조건이 좋은 우리나라에서는 예불과 수행을 위해 따로 석굴을 파거나 자연석굴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주변에 흔한 화강암으로 석불을 조각해 법당 안에 봉안하거나, 암벽에 불상을 새기고 그 위에 목조가구를 올려 전각을 꾸미는 마애불 형식이 유행했다.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석불과 마애불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동불의 경우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상의 출토지와 제작지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많지만, 석불과 마애불은 대체로 현재의 소재지와 제작지가 일치하여 그 지역의 불교신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불과 마애불의 역사
* 삼국시대
삼국시대의 석불은 문화의 중심지인 수도 부근이나 교통의 요지였던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그나마 고구려 석불은 현재 전하는 예가 극히 드물며, 일제시대에 평양박물관에 전시되었던 납석제 불좌상 또한 사진으로만 전해진다. 현존하는 백제 석불 중 예산 화전리의 사면석불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방불로서 한국 조각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신라 석불의 경우 현존하는 문헌자료가 많아 석불의 조성 시기가 비교적 많이 밝혀져 있다. 그 중에서도 경주 선도산에 조성된 삼존불입상은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 통일신라시대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석불은 역시 석굴암의 여러 조상(彫像)들이다. 인도나 중국의 경우 석굴의 규모가 크거나 여러 석굴이 한 곳에 운집한 경우가 많고, 산허리를 파들어가면서 조각을 한 것이 대부분이나, 석굴암은 정확한 계산을 바탕으로 화강암 석판을 짜맞추어 만든 석굴이라 완성도 면에서 동양 어느 사원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석굴암을 가득 채운 본존불좌상을 비롯한 십대제자, 십일면관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제석천, 사천왕 등 여러 존상들의 우수한 비례감과 섬세한 세부 표현은 통일신라 조각기술의 우수성을 확인시켜준다.

* 고려시대
나말려초에는 거불(巨佛)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에 근거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경전에서 미륵불의 크기가 석가불의 100배라고 설하고 있어, 미륵신앙의 유행과 함께 거불조각이 성행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더불어 궁예와 견훤 등이 미륵하생신앙을 내걸고 민심을 이끌면서 거대한 마애불이 특히 유행했다. 고려 초기의 마애불로서 10세기 조각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예로 서울 구기동의 북한산 승가사 마애불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마애불좌상은 장대한 체구에 엄숙한 얼굴, 항마촉지인의 수인 등에서 나말려초에 유행했던 석굴암 본존상 형식을 따르고 있다. 국가적으로 불교를 장려했던 고려시대인 만큼 전해 내려오는 석불의 수는 많으나 질적인 편차가 심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지방에서 토속적 특징을 보이는 석불들이 많이 자체 제작된 때문이라 풀이된다.

* 조선시대
조선은 성리학에 바탕을 둔 유교국가였지만, 왕실귀족들의 계속된 불교 신봉 덕에 사찰의 창건과 중수, 불상 조성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불교가 민중에게 구원의 종교로 인식되고, 전란 중에 의승군(義僧軍)의 활약이 컸던 관계로 조선 후기에는 많은 사찰들이 대대적으로 중창되었고 석불 제작도 늘어났다. 특히 안양 삼막사의 칠성각 바위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좌상은 조선 후기에 유행한 칠성신앙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석불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저자소개

 

최성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화여자 대학교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화재위원회 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논문으로 「개태사 석조삼존불입상 연구」「고려시대 불교조각의 대송관계」「나말려초 중부지역 석불조각에 대한 고찰」「고려 초기 광주철불 연구」 등이 있고, 저서로는 『철불』『석불, 돌에 새긴 정토의 꿈』이, 역서로 『중국미술사』(공역)『중국의 불교미술』 등이 있습니다.